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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편한 방법들

'배송완료'라면서 내 택배가 안 온 이유

by 월오십 202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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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은 별 것 아닌 일을 크게 이야기해볼 월오십이올시다.

우선 오늘 이야기를 하기 이전에 필자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하는데, 일단 저는 한진이라는 큰 물류기업과 관련된 몇몇 대학 중 하나에 재학을 했으며, 전공도 이와 관련이 있음을 밝히며 오늘 등장할 오픈마켓인 11번가와 비슷한 업체에서 업무했던 경력이 있지만 아주 그냥 소설을 써볼 작정입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 절대 소설이에요. 절대 픽션이라고요.

현재는 오픈마켓도, 물류관련도 아닌 다른 곳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추측성 내용이 존재하므로 오류의 가능성이 충분히 높음을 먼저 말씀드리며, 그냥 일기처럼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에 불과한 포스팅이라는 점 강조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절대 믿지 마세요. 절대로요.


1. 무슨 일이야?

아마존, 알리익스프레스 등 여러 해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할 일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11번가와 SKT에서 밀고 있는 '우주패스'라는 것에 관심이 갔고 결국 가입을 했습니다. 우주패스는 구독 개념으로 월정 수수료를 내고,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11번가와 협업을 통해 보다 빠르고 저렴하거나 무료배송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우주패스

 

그래서 이번에 우주패스에서 처음으로 물건을 하나 샀죠. 보통 아마존이나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아무리 빨라도 7~10일, 늦는 경우 한달 정도가 소요되지만 11번가X아마존에서 구입을 하면 5~8일 정도면 물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외 직구인데 이 정도이면 아주 빠르죠.

캘리포니아에서 3일만에 오다니!!!!!!!!!(라고 생각했지만)

 

2월 28일에 구입을 했고 잊고 있었는데 3월 3일 오후에 당일 중 배송될거란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해당 물건은 미국 LA에서 넘어온 물건인데 3일만에 받을 수 있다니 아주 놀라웠죠. 물건을 회사로 주문했는데 저녁 11시가 넘은 시간에 배송완료 메시지를 받았고, 회사 건물은 보안이 걸려있을테니 아마 길거리에 던지고 갔겠지만 100만원이 넘는 전자기기나 심지어 현금이 가득든 지갑으로 자리를 맡아두는 대한민국의 정서상 도둑질에 의한 분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배송온다길래 집에 안가고 기다릴랬는데

 

다음날인 4일 오전에 출근하여 배송되었다는 내 물건을 찾아서 5층 건물을 샅샅히 뒤지기 시작했지만 결국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최근 택배사 파업과 배송 관련 종사자들의 과로사 등 안타까운 이슈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공감하기도 하므로 일단 가장 먼저한 일은 배송 담당자에게로의 독촉연락이 아니라 건물의 CCTV를 돌려보는 것이었습니다.

왔다며? 어딨어?

 

수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건물이다보니 실수로 본인 물건이 아닌데 가져가는 경우도 있을테니 괜히 눈코뜰새 없는 배송담당자에게 연락부터 했다가 알고보니 도둑질 분실, 실수로 인한 분실 등이면 안되니 말이죠. 1시간 넘게 CCTV에 매달려 화면을 보고, 임직원 한 명씩 붙잡아 택배본 적 없는지 문의를 했지만 CCTV에는 배송 차량은 커녕 배송 직원이 주변에 나온 적도 없었습니다.

 

결국 배송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송장번호를 포함한 문자를 보내고 업무로 복귀했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전혀 소식이 없습니다. 다시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부재 중. 결국 한진 콜센터로 연락을 시도했는데 이 또한 연결 불가. 슬슬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홈페에지를 통한 신청으로 현 상황을 알렸습니다. 그 와중에서 글을 다 쓰고 저장 하는데 오류가 뜹디다. ㅋ; 이후 '당일 이내로 연락을 주겠다'는 메일을 받았지만 역시나 무소식.

배송 완료된게 아니라 아예 근처에도 안왔다니까 그러네

 

결국 전화기를 들고 11번가쪽으로 문의를 했습니다. 아마존 전담 콜센터가 따로 있었고, 2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죠.

 

2. 내 물건이 영영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우선 주의하실 점은 11번가나 아마존처럼 판매자가 정상적으로 물건을 발송했다면 그때부터는 판매사의 책임은 아주 작아지기 시작합니다. 간혹 배송사 문제를 두고 판매자 페이지에 화풀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판매사는 '하필 그 배송사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어쨌거나 제대로된 채널은 결코 아닙니다.

 

또한 판매사에 아무리 배송 클레임을 걸어봤자, 소비자가 직접 배송사에 클레임 거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판매사 콜센터를 통해 배송 클레임이 들어오면 결국 콜센터에서 다시 배송사로 연락해 문제 상황을 알리고 확인 요청을 하는 것, 그 뿐입니다. 차리리 고객이 배송사에 직접 연락해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독촉하는 것이 더 빠른 방법일 수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판매사에서 물건을 보냈고, 배송 간 분실이 되었다면 결국 환불처리가 가능합니다. 마음 같아선 책임이 있는배송사에게 알아서 구입해서 알아서 보내주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판매사에서 환불을 해주고 피해 금액을 배송회사와 논의하여 처리하게 되는 것이죠. 다만 소비자의 귀찮음과 허무함 등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라는게 화가 날 뿐이죠.

 

또다른 문제는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물건의 경우, 시간 한정으로 할인해서 판매하게 되는 경우 소비자가 재구매 할 때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입니다. 제가 11번가 아마존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이 영역입니다. 

문의 결과, 다행히 이 부분도 보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단 제품 코드까지 완전히 동일한 제품을 살 때 말이죠. 예를들어 원래 내가 살 때는 3만원이었는데, 할인 기간이 끝나 재구입 시 6만원으로 금액이 올랐다면 차액인 3만원에 대한 보상이 가능하다는 것 입니다.

기간 한정 제품 못사면 어쩔건데?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그래도 콜센터에서 명시적으로 확인해준 내용이기 때문에 비슷한 이유로 고통받는 분이 계시다면 이러한 희소식으로 마음을 조금 추스리시기 바랍니다.

 

3. 배송완료인데 물건이 없는 이유

그렇다면 제 문제에 있어 근원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콜센터 직원분과의 내용에서 상당히 가능성 높은 이유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해당 배송 담당자의 동일한 유형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과 실제로 배송 완료 이전에 '배송 완료'를 찍어버리고 며칠 후 실제로 배송을 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 입니다.

 

판매사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기만하는 행위 중 하나가 바로 실제 물건 발송 이전에 '송장등록'만을 해버리면서 물건이 배송 중인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발송 이전에 가능했던 주문 취소를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빠른 업무처리를 위해서 미리 송장등록을 하는 경우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송장번호는 등록되었지만 물건의 위치가 24시간이 지나도 전혀 업데이트 되지 않는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기만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럴 때는 배송사에 송장번호를 문의하면, 제품을 실제로 수령했는데 아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판매사의 기만행위와 정반대로 배송사에서 할 수 있는 기만행위가 바로 '배송완료'를 미리 찍어버리는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배송사 입장에서는 저의 사례와 같이 바로 클레임을 발생시켜 일만 더 키울 가능성이 높은 이 행위를 할 이유가 전혀 없을텐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데는 당연히 '기만행위로 얻는 이익'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뇌피셜이에요. 그래요.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오늘 서두가 상당히 길어진 것 입니다.

 

4. 하청의 재하청의 재하청의 재하청

글 서두에서 제 전공을 말씀 드렸는데, 실제로 저는 정부 과제 중 '하청 현황'에 대해 연구원으로 재직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은 '하청의 재하청'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보셨을텐데 저는 '가짜 배송완료'의 이유가 바로 이러한 구조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내용이 이렇습니다.

 

자, 소설하나 쓰겠습니다. 분명히 '소설'이자 '픽션', 그러니까 이 세상에 절대 없을 일이라는 소설 한 번 써보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는 절대 특정기업에서 해당 기업에 대한 클레임이 출력되어 보고되거나 임원이 볼 수 있는 인트라넷 사이트 메인에 뜨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리고 실제로 등장하는 업체명은 제가 구입한 판매사, 제 물건을 옮기고 있는 배송사기이기 때문이며 팩트가 아닌 가정이며 추측, 뇌피셜 입니다.

 

자, '11번가X아마존' 서비스의 배송업무를 담당하게 될 업체로 한진이 계약을 한다고 칩시다. 이 때 한진의 배송처리 능력을 100이라고 가정해봅시다. 평소에 100이하의 물량이면 한진 스스로 감당을 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에 파업에 물류대란에 기타등등 여러 이슈들이 겹치게 되면 처리 능력 이상의 물량이 몰리게 됩니다. (소설입니다.)

 

300이 되었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200은 어떻게 할까요? 단순하게 늦게 처리가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쌓이는 속도가 어마무시하기 때문에 단순히 '배송지연'으로 처리할 수가 없기 때문에 하청을 시작합니다. 임시로 다른 물류업체와 계약을 하여 수수료를 주고 내 물건을 대신 처리해달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2가지 이슈가 발생합니다. (소설입니다.)

 

일단 원청(11번가↔한진) 간 거래 수수료를 온전히 하청 업체에 내려주면 하청 업체에서 안할 이유가 없고 제대로 처리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일감을 받아가고 싶은 경쟁업체에게 당장 뺐겨버릴테니 말이죠. 그러나 물류시장 뿐 만 아니라 건설, 중공업 등에서 만연한 것처럼 수수료를 온전히 내려주는 일이 잘 없습니다. (소설입니다.)

 

거기에 하청으로 오는 업체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의 계약을 가져와 버립니다. 그러면 재하청이 이루어지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하청의 재하청이 반복되게 됩니다. 제가 조사원으로 있을 때 꿈에서 본 것 같은데 하청이 5단계이하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었고 내려갈수록 영세해지고 수익도 낮아집니다. (소설입니다.)

 

그러면 결론이 '영세하니 어쩔 수 없고 힘든 분들 도와드리자'로만 끝나면 안됩니다. 실제로는 그러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구조를 피라미드 상위에 있는 자들이 악용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소설입니다.)

 

아, 우리가 다 못해서 저쪽에 줬는데 저쪽이 잘못한겁니다. (우리는 면 to the 책)

라고 하면서 책임을 전가하게 되는 면죄부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는 소비자만 피해를 봅니다. 하청을 줘도 책임은 원청'도' 동시에 지는 구조가 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소설입니다.)

 

다시 이야기를 돌려 그렇다면 '왜 가짜 배송완료를 찍는거야'로 돌아가봅시다. 이는 5가지 가능성 있는 원인으로 추측해서 소설쓰다가 꿈꾸며 이렇게 중얼거릴 수 있습니다. 

1. 그냥 인적인 실수 ㅋ;

2. 하청이 원청에게 잘 보여야 하므로 '데이터 실적(=처리속도 등)' 마사지를 위한 하청의 꼼수

3. 원청이 '갑'에게 잘 보여야 하므로 '데이터 실적(=처리속도 등)' 마사지를 위한 원청의 꼼수

4. 2번 원인 + 3번 원인

5. 그냥 월오십이 미친X

 

이들 중 가장 확실한 건 5번입니다. 이건 소설아니고 팩트입니다.


조금 느리게 오는건 참을 수 있는데, 거짓된 정보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거기까지는 책임 못진다'는 무적같은 실드 덕분에 기업에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뭐 조그마한 제 블로그에 제가 열불을 토한다한들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고 설령 누가 뭐라 한다해도 관련된 업체들은 1도 바뀌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이 있다면 제가 느끼기에 '고객만족'을 입만으로 외쳐대는 기업과 진심으로 무서워하는 기업이 서서히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 입니다. 실제로 순위가 역전된 기업 스토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죠. 이거도 팩트입니다.

이 세상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해주는 곳이 참 다루기 쉬운 언론만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죠. 한 번 지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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